작년에 와우 플레이포럼에 쓴 글.
와우플포가 없어진다는 소문이 있어서.
야구 좋아하세요?
오늘 서울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군요. 토요일 야구 경기장 입장권을 구매하신 분께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WBC 탓인지 여느 때보다 여러 야구팬 분들의 관심과 열기가 드높은 것 같습니다. 야구 경기장 티켓이 다 팔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가 하면, 젊은 여성 분들도 각팀 야구 선수들의 이름을 알고 계실 정도로 남녀노소에 걸쳐 인기있는 스포츠가 된 듯 합니다. 그런가하면 갑자기 커진 프로야구의 이권을 둘러싸고 높으신 분들이 서로 다투기도 하고, 어느 때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타팀에 대한 미움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얼마전 MLB에서도 토론토 홈 구장에서 뉴욕 양키스 VS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투수가 버넷 VS 할라데이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버넷과 할라데이는 작년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팀내에서 원투 펀치를 하며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죠. 그런데 오프시즌에 버넷이 양키스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때문에 어제의 아군이 오늘이 적이된 상황. 게다가 토론토 홈 구장. 관중들은 버넷에게 모자를 흔들며 야유를 합니다. 버넷이 토론토 소속일 때 한창 부진하자 자신을 야유하는 관중에게 모자를 흔든 적이 있었거든요. 후에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사과하긴 했지만, 예전에 자신이 했던 행동을 그대로 돌려받은 셈입니다. 결국 그날 경기는 5:1 할라데이의 완투로 토론토가 승리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남의 새끼보단 내 새끼가 예뻐보이고.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우리 나라 사람들이 더 친근해 보이는 경향은 소위 세계화 시대라고 말하는 요즘에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그것은 특정 집단을 지탱하는 힘입니다. 대다수의 사람은 박애주의자가 아니고, 외부에 적을 설정해두면 내부인들의 결속은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류의 결속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안정감을 부여하지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팬들은 그날 행복했을 것입니다. 행복한 사람들을 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행복감은, 그들의 버넷에 대한 비난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에 기인합니다. 토론토 팬들이 비난하고 있는 버넷은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버넷이지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있는 버넷이 아닙니다. 즉 그들은 이적한 선수에 대한 야유 또한 스포츠 즐기기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단 거죠.
만약 이것이 즐기는 측면을 벗어나서 버넷 개인에 대한 증오로 옮겨갈 때, 행복은 순식간에 불행으로 바뀝니다. 그때부터 야구 경기를 보는 행위는 스스로를 갉아먹고, 타인에 대한 증오나 적의를 키우는 일밖에 안 됩니다. 게임을 즐기는 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호드의 마법사로서 겨울 손아귀 전장이 열리면 열심히 얼라이언스 소속의 적들과 싸우지만, 그것은 게임을 즐기는 것의 일환입니다. 말하자면 상대방과 야구 경기를 하는 것이죠. 만약 방금 전까지 싸우던 얼라이언스 소속의 누군가가 호드 케릭터를 생성한다면, 얼마든지 함께 놀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부여된 소속으로 상대방을 미워하기엔 우린 너무도 자유로운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장미빛인상=김신충 님에 대한 첫 기억은 이렇습니다. 저런 폐인을 봤나 -_-. 리치왕의 분노 초기엔 사람들이 겨손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겨손 타임이 되고 2파티 정도로 점령하고 점령당하고 했죠. 그런데 그때 얼라이언스 성기사 장미빛인상이란 사람이 매 겨손 타임마다 나타나서 게임 센스도 좋고, 잘 죽지도 않고 하니 은근히 짜증나더군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폐인. 물론 이 사람이 폐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저 역시 폐인이었죠. 그 후에도 상당히 자주 마주쳤기 때문에, 멀리서 상당히 잘하는 인간 남자 기사가 보인다 싶어서 아이디를 확인하면 장미빛인상이었습니다. 그럼 이 사람도 저를 확인하고는 기공 신발을 사용해서 달려와서 천벌의 망치를 날리곤 하더군요.
그 후로 시간이 흘러흘러 울두아르가 나온 첫 주 새벽에 에말론을 잡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에말론은 너프 전인데다가 사람들이 공략 이해도가 떨어지기도 했고, 이해하고 있더라도 충분한 DPS가 나오지 않으면 폭풍우 하수인 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헤딩을 거듭하고 있엇죠. 그때 들어온 블엘 여자 성기사가 한 분 계셨는데, 아이디가 김신충이었습니다. 들어오고 나서 갑자기 저한테 귓말을 하더군요. 김신충 : 저 누구게요? 눈씨 : 모르겠는데요. 김신충 : 저 장미빛인상입니다. ㅎㅎ 그 후로 김신충 님과 같이 놀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김신충 님이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 게임 센스가 좋다는 것, 그리고 할 말은 한다는 것. 또, 같이 놀면 재밌다는 것이죠.
그리고 오늘 1시경에 호드 창에 김신충 님이 아카본 파티를 모으는 데, 어떤 분이 장미빛인상으로 호드 썰다가 호드가 점령하니 아카본 팟 모은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셨습니다. 저는 그때 김신충 님이 모으던 아카본 팟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사건 전말을 모두 기억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김신충 님이 당신같은 사람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는데, 그 분이 김신충 저 사람 얼라이언스라며 얼라 VS 호드 구도로 이야기하셨고 거기에 김신충 님이 대응하시면서, 김신충 님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아카본 파티는 쫑나고, 호드 창에 계시던 여러 분들은 항변하려는 김신충 님에 대해서, 그런 말은 플포가서 하라, 호드 창을 어지럽히지 말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둥 폭언을 하시더니, 김신충 님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호드창이 깨끗해졌다며 얼라와는 다르게 정이 많고 착한 사람들이 많은 호드라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저는 순간 갸우뚱 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한 사람을 실컷 매도하고, 항변하는 말은 눈에 거슬리다며 딴 데 가서 하라던 분들이 서로를 칭찬해주고, 치켜세워주는 모습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납득했습니다. 아, 이 사람들이 정이 많고 착한 것은 아는 사람에게만 그렇구나. 하고요.
물론 대다수의 호드 여러분은 개가 고양이를 미워하듯이, 얼라이언스인 분이 호드케릭을 한다고 미워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미워하는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이 다섯 사람만 되도 호드창을 순식간에 뒤덮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난의 대상자는 그것이 호드 전체의 거절로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류의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귓말로 하라는 분, 다른 데 가서 하라는 분들이 있는데, 매우 이기적이십니다. 다른 사람이 받게되는 억울함이 언젠가 자신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고, 똑같이 호드창에 토로하지 않으실지도 모르지만, 토로하는 게 필요하신 분도 있습니다. 그런게 싫으시면 본인이 호드창을 나가세요. 호드 창은 개인 소유가 아니고, 예의를 차릴 지언정 규정된 룰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말이 다소 거칠어지긴 했습니다만, 저는 어떤 집단이 바보들을 미워하는 바보들의 무리가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쓴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록 전장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김신충 님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적습니다.
ps. 양키스 투수 버넷을 미워할 지언정, 인간 버넷을 미워하진 맙시다.